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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 자격 제한, 나이인가 능력인가? (사고 통계와 조건부 면허제와 정치적 문제)

by o∀¶v〓nv¾nk㎛ou 2024.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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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로 인해 고령 운전자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68세 운전자가 역주행으로 9명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고령 운전자의 안전성 문제를 재조명하게 했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고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커졌지만, 단순히 나이만으로 운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신종 노인 혐오'라는 반론도 제기되어 논란이 뜨겁다.

 

 

고령 운전자의 증가와 사고 통계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9년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4.5%였지만, 2023년에는 20%로 증가했다. 이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중대 사고인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 3만 9614건 중 사망자는 442명으로, 사고 건수당 사망자 비율이 1.12%에 달한다.

전체 교통사고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고령 운전자는 시력, 주의력, 반사신경 등의 신체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 운전 중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참고자료]

 

도로교통공단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조사 자료
전체 교통사고 감소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증가 [출처: 도로교통공단]

 

해외 사례와 국내 현황

고령 운전자의 사고 증가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문제다. 일본은 최근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미국의 일부 주는 고령 운전자의 도로주행시험을 의무화하거나 제한 면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고령 운전자가 일정 나이가 되면 도로주행시험을 통해 운전 능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일본은 2022년부터 고령 운전자가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한국에서는 법인 택시 기사 중 65세 이상이 45.5%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면허를 박탈할 시 택시 대란이 우려된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택시 운수 종사자 23만명 중 10만명(45.5%)이 65세 이상이며, 버스는 13만명 중 약 17.1%가 이 연령대다. 이들은 주로 생계를 위해 운전을 계속하고 있어, 이들의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것은 생계에 직격탄을 가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 제도는 참여율이 낮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반납률은 전체 면허 소지자의 3.9%에 불과하다. 이는 많은 고령 운전자가 생계나 생활을 위해 운전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미비한 농·어촌 지역에서는 운전을 하지 않으면 생활 자체가 어려워, 운전대를 놓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참고자료]

도로교통공단 고령운전자 설문조사 자료1
도로교통공단 고령운전자 설문조사 자료1

 

도로교통공단 고령운전자 설문조사 자료2
도로교통공단 고령운전자 설문조사 자료2

 

고령 운전자 자격 제한 논의의 쟁점

고령 운전자 자격 제한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나이로만 결정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나이만으로 운전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노인의 이동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이 있다.

또한,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일률적으로 박탈할 경우, 택시와 버스 산업의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같은 나이라도 노쇠의 정도는 개인차가 크므로, 일정 연령 이상 운전자는 개인의 운전 역량을 측정해 면허를 갱신하는 제도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나이에 따른 일률적인 제한보다는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65세 이상 운전자가 5년마다, 75세 이상은 3년마다 자동차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도록 되어 있지만, 이 검사만으로 실제 운전 능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기 적성검사는 주로 시력 검사와 온라인 교육으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로 차량 운전석에 앉아 검사하는 항목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건부 면허제와 인프라 개선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과 고령 운전자에 맞는 인프라 개선도 필요하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고령 운전자의 야간 운전 제한 같은 외국의 조건부 면허 도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운전 재활사 혹은 급발진 억제장치 지원 등 고령 운전자들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 문화를 개선하고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의석 도로교통공단 안전교육부장은 "고령 운전자들 스스로 평소 접촉 사고가 잦거나 진로 변경 등에도 부담을 느낀다면 과감하게 면허증을 반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적성검사에도 실기 항목을 추가해 운전 역량을 주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운전 능력이 저하된 고위험군 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 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 제한 등의 조건을 걸어 면허를 허용하는 '조건부 면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생계형 운전자 등 반발이 만만치 않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등 특정한 상황에서는 운전을 금지하는 조건부 면허제도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문제와 노인 유권자

고령 운전자 문제는 단순히 교통안전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60대 이상 인구는 이미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0대 이상 인구는 1395만명으로, 이는 18세 이상 유권자 전체의 31.4%에 달한다. 18~29세와 30대를 합친 비중(31.2%) 보다 높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고령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고령 운전자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고령 유권자의 반발을 우려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70세 이상인 사람이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경우 교통비를 지원하는 법안, 고령 운전자가 운행 안전장치를 장착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경우 비용을 지원하는 법안 등이 발의되었으나, 결국 임기 만료로 법안은 폐기되었다.

고령 유권자의 표심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이는 고령 유권자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고령 운전자의 운전 제한을 논의할 때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동권 제한 등의 차별 논란을 의식해 규제 법안을 내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마치면서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격 논란은 단순히 나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운전 능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고령 운전자에게 맞는 인프라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작정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노인의 이동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는 현실에서 고령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그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종합적으로,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조건부 면허제도를 도입하며, 고령 운전자를 위한 인프라를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이고, 사회 전체의 교통안전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치적 고려가 고령 운전자의 운전 제한 문제 해결을 방해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결국 고령 운전자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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